\"언젠가 책방에 들러서 오디오 전문서적을 들쳐보니
억대가 넘는 오디오 기기들이 즐비해서 놀란 적이 있다.
수입오디오 가게를 기웃기웃 지나치다가
커다란 쇳덩이들이 앰프의 형상으로 멋지게 나타나고
유닛이 잔뜩 달려있는 스피커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런 멋진거로 들으면 얼마나 좋은 소리가 날까...
가난한 주머니만 원망하며 기가 꺾이던 기억이 새롭다.
핑크플로이드의 어느 노래에도
멋진 오디오 기기 장만하고 축구 구단주 꿈꾸는 얘기가 가사에 나오듯이
동서를 막론하고 하이앤드에 대한 동경은 대단한 것 같다.
천만원짜리 앰프가 십만원짜리 보다 100배의 음질을 낼리 만무하고
하느님 말씀 듣는것도 아닌데 몇천만원씩 비용 지불할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내가 부자라면 한번쯤 사치를 부리고 싶다.\" -- 2004-10-18 쓴 글에서 일부 --
영리추구가 기업의 덕목인 바,
폼나는 오디오에 목숨 건 사람들이 이처럼 넘쳐나는데도
오디오 생산하는 대기업이 없는 걸 보면, 이문이 별로 남지 않아서가 분명하다.
애플이 아이폰 한개 6~700달러에 팔면 3~400달러 남고,
삼성전자도 연간 4억대 이상 휴대폰 팔아대며, 3분기엔 6조 이상 순익 남긴다는데,
라이프 싸이클 고작 1~2년인 휴대폰은 계속해서 생산 판매 가능하지만,
오디오 기기는 한번 생산 판매하면 죽지 않고 50년이고 백년이고 살아 숨쉬는 것 같고
수요량도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처럼 많지 않은 것 같다(매니아 극소수).
18년전 탱크냉장고(대우) 샀다가 고장이 나질 않아서 (바꾸질 못해)맘고생했는데,
냉장고 같은 내구재는 고장 핑계로 새로 나온 지펠로 바꾸기라도 하지만,
오디오 고장 났다고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싸구려는 가끔 버리지만, 누군가 금새 갖고가 재활용 함)
LP판도 갖다 버리기 무섭게 가져간다.
6~80년 나이 먹은 기기나 5~60살 넘은 스피커들이 수천만원씩 호가한다.
전쟁 폐허에서 줏어온듯 녹슨 쇳덩이들이 정말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고물을 명기라 하며
1~2천만원 부르는 판매글도 보인다. 70년전 무덤에서 환생하여 요즘도 공급되는 것이다.
아마 나이값(골동품)으로 가격 책정하는 것 같다.
벼룩시장등에서 중고품 구매했는데, (동일)신품 보다 비싸게 바가지 쓰는 사람들 많다.
중고 오디오 기기 가격이 요즘 신품 가격 보다 비싼 예가 많다고 한다.
대형마트에서 묶음 판매가가 개별 판매가 보다 개당 가격이 비싼 예가 아주 흔한 것처럼.
삼성이 20여년전 마크래빈슨(앰프)등 하이앤드 기기 제작자 불러다가 엠페러 브랜드 런칭했었는데,
그때 판매된 엠페러 기기중 내구 연한 다되어 폐기된 기기는 한대도 없을 것 같다.
요즘 하루 100만대 이상 휴대폰 판매하는 삼성전자가(3분기엔 6조 이상 순익/휴대폰에서만)
1년 열심히 고생해 봐야 엠페러 수십(백)대 판매가 고작이었을텐데,
계산기 두들겨 보지 않아도 적자가 빤하다.남는 장사일 수가 없다.
그래도 삼성전자 4,500명 박사중 50명만 추려서 오디오 연구하라고 시키면 안될까...?!
5년이고 십년이고 때가 되면 폐처리하고 신상품으로 회전되야 하는데(휴대폰, 냉장고, 자동차처럼),
오디오는 아무리 늙어 쓰레기가 되도 죽지 않고 재활용되고, 대기업은 오디오서 손 떼고
가내수공업 정도의 영세업자들이 하이앤드 네떼르 붙여 비싸게 팔고 있다.
하이앤드 결정 요소중 최고 항목이 비싼 가격이기에 거품은 자연스럽다(가격이 품질에도 영향!)
몇년전, 파이오니아 2~3십만원짜리 CDP(DVDP)에 쇳덩어리 달아 좀 더 무겁게 만들어
수백만원 하이앤드로 파는 사실을 폭로하여 시끄러웠었는데/ 스위스 골드X트? (와싸다)
삼성이나 마쓰시다등 대기업이 그런 사기쳤다간 골로 가기에 사기치는 것도 영세기업의 특권이다.
규모의 경제, 대기업들이 오디오 생산하면(하이파이) 훨씬 싸게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쉽다.
\'70년대말 일본 대기업 앰프, 턴테이블등 구입해 저렴하게 즐기는 중인데,
잘나가던 일본 제어하려는 미국이 벌인 환율전쟁 여파로 \'80년대 이후 일본 대기업도 환율 영향 받아,
(\'70년대 후반 360엔 넘나들다가 두세배 평가 절상,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진행됐고,지금은 80엔도 붕괴)
오디오 부품이나 품질이 급격히 나빠지며 망가졌다.
리시버 전쟁 당시의 산스이 G-9000,파이오니아 SX-1980,테크닉스 SL-1000MK2등 보유중인데
\'80년대 이후 오디오 보다 나은 것 같고 고물인데도 가격을 더 쳐준다.
엔화가 두세배 평가 절상되며, 알미늄 깎아 만들던 앰프는 양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이들 대기업 양산 제품 대신하여 군소 영세수공업자들이 하이앤드 깃발 들고 가격을 수십배씩 부풀려 파는 중이다.
비슷한 품질의 오디오 좀 손봐서 대기업 가격 열배 이상 매길 수 있슴도 가내수공업의 특권인 것이다.
오디오 전문회사로서 좋은 기기 생산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았던 산스이가 AV 구색품이나 만들고,
마란츠, 매킨토시, 클라세등이 경영악화로 다른 회사에 다 넘어갔다.
오디오 매니아들의 뽐뿌질이나 입심이 좋고 목소리가 커서
오디오 수요가 많은 것 같지만, 주변에 오디오 즐기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오디오 즐기는 층이 극소수인데, 오디오 기기의 생명력은 무한하기에(고치고 또 고치고)
이문이 남기 어려운 오디오에 대기업이 다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쯤 광고엔, 백발 휘날리는 지휘자 모습도 보이고,
인켈(동원전자) 외치며 꽝꽝 울려대는 오디오 광고가 흔했는데,
인켈, 아남, 태광이 오디오 사업을 접었는지, 광고가 전혀 없다.
소전이나 와싸다 들어와 보면 중고품만 거래된다. 일본의 산스이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야마하 파이오니아 온쿄 데논마란츠社가 AV를 생산 판매하고
매킨토시(데논이 주인)가 아직 하이파이 앰프를 생산해서 다행이다.
내 수준 보다는 한두 계급 높은거로 업그레이드 해야지 맘 먹고 있는데,
입맛에 맞는 기기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스피커야 고수님들 글 찾아 읽으며
JBL C시리즈나 엇비슷한 괘짝 고려중인데(요즘 해상도 좋은 스피커도 욕심은 나는데,
해상도 취하면 얻는 것 만큼 잃는것도 그만큼일테고, 어차피\'소리는 디자인에 좌우된다\'고 믿는 막귀이니
해상도 포기하고 빈티지 퍼니처 장만 고려중)
쓸만한 앰프는 죄다 분리형이고 그렇다고 중고 AV 앰프로 LP는 어울리는것 같질 않아 고민중입니다.
매킨토시가 파워 인티만 생산할게 아니라 라디오도 나오는 묵직한(7~80킬로) 리시버 발매하면
함 질러보겠구만.
길고도 무덥던 여름 가고, 가을비가 참 좋습니다. 즐거운 음악생활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