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제가 컴퓨터에 붙여쓰는 컴퓨터용 6v6 싱글과
통 하나에 6.5인치 풀레인지가 두 발 든 스피커입니다.
간간히 장터에 나오는 rca 6v6 싱글을 주워다가
어차피 지저분하고 여기저기 구멍 막 뚫려있고 트랜스 하나는
뒤에 달려있고...그래서 제맘대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스피커는 원래 스테레오가 아니었을 것이나, 저는 그냥 하나에
한 채널씩 연결해 스테레오로 씁니다. 컴퓨터용인데요 뭘.
그런데
저 놈 소리를 들어본 분들은,
야, 좋다.
합니다.
거기엔 예상 보다, 생긴 것 보다, 컴퓨터용임에도 좋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저 놈은 칭찬만 받습니다. 욕 안 먹습니다.
왜 그럴까요? ^^
소리란 게 같은 소리도 예상치나 기대치나 그런 선입관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건 잠시이고, 잠시여야만 합니다.
저는 저 놈을 하루종일 틀어놓을 때도 있으며, 밤에 잘 때도 틀어놓고
자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아담한 시스템에 작은 소리일지라도 안되는 놈은 귀에 거슬린다는
것입니다.
귀에 거슬리는 게 있었으면 저 자리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넘쳐도 귀에 거슬리지만 부족해도 귀에 거슬린다는 것입니다.
귀는 청각기관이지만 평형감각 기관이기도 합니다.
밸런스에 가장 민감한 감각기관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언밸런스한 소리나 상황은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형편에 따라,
때로는 즉각, 때로는 며칠만에, 때로는 몇 년이 걸려서라도 반드시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리게 되면, 적어도 오디오쟁이라고 자부한다면, 잠시도 못 견딥니다.
다만 귀는 계측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밸런스의
범위를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진공관이 동작범위를 갖고 있듯.
저는 사람마다 제각각 그 범위가 크게 다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이니 객관이니 하는 분별 또한 그 범위 안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 들었으면 모르겠으나, 다양한 분들이 함께 듣고 있으며, 의견은 대개
엇비슷한 경험이 적지 않은 까닭에 저는 얼마든지 그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혼자는 믿을 수 없습니다. 혼자서도 워낙 자기를 잘 속여넘기는 게 사람입니다.
혼자만의 주장은 주관이 아니라 그냥 불쌍한 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관과 객관은 손바닥의 앞뒤 정도의 상대적이면서 결국은 같은 개념이나
마찬가지로 봅니다.)
어떤 소리든 그 밸런스의 범위 안에 들고나서
비로소 소리가 어떻다, 저떻다 하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밸런스 정도를 알 수 있는 건 역시 어느 정도 불편함 없이 오래 음악을 즐길 수 있는가가
가장 쉬운 척도가 될 것입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계신 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평형감각은 소리 말고도 생각과 관념, 감정 등에도 개입하므로 결국은 자기의 생각,
관념, 감정 등과 어떤 행동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알아가며 훈련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평형과 밸런스엔 둔감한 상태로 살다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여러 죽음들에서 자주 구경합니다.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