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오디오 기기를 멀리하는게 좋은 방법이다.
컴퓨터처럼 오디오도 오래 붙잡고 뒹구르면 피곤하다. 그럴 시간 있으면 운동한다
한적한 시골 터미날에서 버스 기다리다 예기치 않은 노래 듣고 \'좋다!~\' 느끼는 것이지,
별 차이도 없는 소리 차이 감별하라고 골방에 가둬놓고 하루 여덟시간씩 숙제 주면
소리가 감동스럽기 보다는 구역질 날 것이다.
소리나 음악 듣는게 노동이 아니고 여가활동이라 즐거운 것이다.
며칠 몇주 몇달 오디오에서 해방되어 또다른 세상의 즐거움 만끽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돌아와 오디오 틀면, 그땐 좋은 소리 날 것이다.
날씨 선선해지며 가을 다가오자, 음악도 좋게 들린다.
그래서 요즘엔 주 2~4회. 어떤 날엔 두시간 이상도 음악 즐기곤 한다.
취향도 바뀐다.
20년전쯤 \'고독\'이라는 이름의 껌 광고가 기억난다.
\'고독\'까지도 담아서 팔아먹는 롯데의 상술에 감탄했었는데,
당시 고독(껌) 씹었던 사람들은 5~60대 빈티지가 아니라 젊은층이었을꺼라고 짐작된다.
나이든 사람들은 고독이라는 이름의 껌 씹지 않아도 외롭고 고독하다.
학창시절 때야 고독이나 슬픔을 씹겠지만, 먹고 사느라 바쁠 때는 그것도 사치다.
나이 들면서 고독 보다는 추억을 반추하거나 고집을 피우는것 같다.
라디오서 흘러나오는 팝송 잽싸게 카세트에 녹음해 듣던 시절 기억하며,
값싸고 흔해진 수입LP 사다가 꽂아놨는데 별로 손이 가질 않는다.
나이 들면서 세상 보는 눈만 달라지는게 아니라 귀나 입(맛)도 달라지는 갑다.
20여년전 LP판 구할 때만 해도 가끔 팝송 듣곤 했었는데, 요즘은 어쩌다 한번이다.
\'고독\'을 씹거나 슬프고 우울한(Blue) 노래, 쏘울(Soul) 뮤직 판들 많지만,
슬프고 침울한 노래 보단 요즘엔 밝고 명랑하고 흥겨운 노래에 손이 자주 간다.
취미나 취향 타령할 정도면 곤궁(한 삶) 보다는 팔짜가 괜찮은 것일텐데,
어릴 때와 달리 카타르시스 작동이 둔감해진 것 같다.
음악 들으며 가슴 후벼파거나 등골 오싹한 경험도 어쩌다 한번이어야지
흥분된 상황, 감정상태를 오래 지속하려면 마약처럼 무리가 뒤따를 것 같다.
땀흘려 운동하면 기분 상쾌해지지만, 장시간 음악 들으면 피곤할 수도 있다.
취미활동이든 뭐든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첼로등 현악기 보다는 신나게 두들겨대는 Percussion이나 피아노가 좋다.
현악기 혼자 연주하는 고독함 보다는 쿵쾅거리는 관현악(협주곡)이 신나고 기운 솟는다.
부천시향등에서 말러나 부르크너등 큼지막한 교향곡 위주의 메뉴로 연주회 하던데,
그런 교향곡은 어쩌다 큰 맘 먹고 즐기는 것이고, 왈츠나 차이코프스키 발레곡등을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이 되어 자주 즐긴다. 청승맞은 노래 통한 감정정화(이입)는 아주 가끔씩이다.
수명 연장되어 우리세대는 100살 정도 산다던데(동호인들 대부분 4~50년 더 살아야 함),
40대말 죽음 앞둔 말러가 작곡한 교향곡등 \'죽음\'에 너무 탐닉하는 것은
앞으로도 오래 살아야 할 젊은이들의 예의가 아닌 것이다.
오디오쟁이는 나와 다르다.
병아리 암수 구별하는 감별사들 대부분은 한국사람이다.
암수를 정했을지 모를 조물주도 한국 감별사 만큼 감별 잘할까 싶다.
\'88년도에 미국의 소리 감별사들(일명 황금귀들) 데려다가 앰프 소리 감별토록 시켰었다.
싸구려 파이오니아 부터 중고급 마크래빈슨, 하이앤드 앰프등 앰프만 달리하고
다른 여건을 동일하게 한 후 테스트한 결과, 앰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실용오디오 운영자가 번역한 글 참조)
한국의 소리 감별사들 불러다가 테스트 하면 아마 다른 결과 도출될 가능성 있다.
오디오 하는 분들이나 판매자 글 읽어보면 청각이 보통사람과는 다름을 느낀다.
일반인들이 못듣는 것을 그들은 듣고 기가 막히게 구별해낸다.
유닛 하나인 스피커에서도 고음 중음 저음으로 분리하여 소리 듣는다.
케이블 좋은거 쓰면 저역이 두툼해지고 중역이 부드러워지고 찰랑거리는 고역을 듣는다.
음질의 차이에 대해 그들이 논하는 글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아마도 나같은 막귀가 분명하다.
그들은 0.01% 음질의 차이를 위해서 많은 수고와 막대한 금전적 지출 아끼지 않는다.
앰프나 스피커들도 사람처럼 제각각 성질과 내는 소리가 다르다고 하고,
실제 각각의 성격과 음질에 대해 병아리 감별하듯 소리 차이를 설명한다.
병아리 감별사는 병아리 집자마자 짧은 찰나에 좌든 우든 던지고
소리 감별사는 길고도 장황하게 \'소리의 품질(音質)\' 설명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감칠맛이 난다\' \'찰랑거린다\' \'소리가 두툼하다\' \'소리가 단단하다\'
\'음악성이 우수한\' \'자연스러운 우수한 아나로그 성향의 음질은 잃지 않고\'
\'저음이 벙벙거림이 없고 좀더 단단하고 밀도 높은 정확한 저역을 밀도감 넘치게\'
\'단단한 울림을 들려주는 최고급 목재인 자작나무 원목을 채용\'
\'악기적인 실체감 있는 사운드 재생에 일조\'
\'울림이 낭낭하고 기백이\' \'특유의 여유있고 기품있는 사운드\'...
케이블 소개글 읽으면 \'음질 차이(소리 감별)\'의 백미 경험할 수 있다.
핸드백등 여성 타겟 패션광고도 사실 말이 필요없다던데(No Copy Is Necessary),
오디오는 그 반대다. 이들이 기기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언어 보다
더 많은 언어 필요한 예는 드물다. 오디오 음질 설명하는데 사용하려고 말이 고안된 것 같다.
\'카더라\'라는 구전효과(mouth-to-mouth effect)가 특히 잘 먹히는 곳이 오디오 시장이다.
카라얀이 AR 스피커 사용했다 \'카더라\'는 수십년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뽐뿌질\'이란 단어도 \'오디오\'에서 유독 많이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오디오쟁이들은 성격이 까칠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0.01% 사소한 것 지나치지 못하고 몰입하는 걸로 봐서,
오디오에 빠지면, 무던한 사람들도 섬세하고 예민하고 까칠해질꺼라는 선입견 갖고 있다.
편안한게 좋다(Take It Easy).
취미는 취미다. 음악 듣는 취미생활은 FM 라디오 방송 하나면 족하다.
틈틈히 조금씩 사모은 LP가 제법 쌓였는데, FM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들으면
괜한 짓 하지 않았나 뒤돌아 본다.
라디오서 좋게 들리는 음악중 상당 부분을 판으로 갖고 있다는 우쭐거림이나
나이 더 먹어 시간 남아돌면 내가 선곡하여 들을 수 있다는 바램 이외엔
사실 라디오 방송 하나면 음악취미는 충분해 보인다.
거실 벽에 빽빽히 꽂혀있는 그 많은 판 다 들으려면 몇년 걸리는데,
그래도 심심하면 판 가게 들러 몇장 들고 오니 중독인 모양이다.
2억 뷰 도달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동영상 보다가 루빈슈타인, 호로비츠등으로 연결됐다.
피아노 대가들을 LP로만 듣다가 유튜브 동영상 보니까 그맛이 다르다.
싸구려 앰프로 증폭한 컴퓨터 소리가 별거겠나, LP 음질만 하겠나 싶었는데,
그런대로 소리도 들을만 하고 화질도 깨끗한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라디오나 튜너 없어도 컴퓨터 통하면 얼마든지 클래식,팝송 즐길 수 있고
TV가 없어도 HD 수신카드 장착하여 컴퓨터로 TV 방송 즐기고,
루빈슈타인의 훌륭한 그리그 협주곡을 (유튜브를 통해) 실황처럼 감흥 누릴 수도 있다.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에 어깨에 잔뜩 힘주고 진지해지기 보다는,
돈 나오는 것도 아닌 취미생활에, 신경 곤두세우고 스트레쓰 받기 보다는,
넥타이 풀어 헤치고,친구와 술 한잔 하듯, 편안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두툼한 소리, 포근한 소리...?!
세들어 살던 공군(중사) 아저씨가 전축을 만들어주셔서,
동네 어른들이 자주 우리집에 오셔서 춤추고 놀곤 했었다.
자기 몸 보다 훨씬 큰 밧데리 짊어진 라디오의 \'광복20년\' 소리와는 달랐다.
새마을운동도 없었고, 조그만 동네에 대폿집이 여러개라 어르신들이 술 잘 먹고
노름하고 싸움도 잘하던 그때가 호시절(?) 같다.
소리에 둔감하여 다른 형용사는 감이 안오는데,
\'두툼한\' \'포근한\'은 옛날 들었던 진공관 추억이거나 빈티지를 얘기하는 것 같다.
남아있는 당시 음반들 동백아가씨,황혼의 엘리지(최양숙) TR로 들어도 그때 소리처럼
두툼하고 포근하다. 기기는 달라도 소스가 같아서 그런갑다.
해상도 좋은 기기 소리 감상할 땐, 홀딱벗은 아가씨 맨살 느낌인데
그보다는 따뜻한 비단으로 살짝 가린 아름다움이 질리지 않고 오래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포근하고, 두툼하게 그리고 까칠하지 않게...
그맛으로, 현대적 디자인의 해상도 좋은 하이앤드 두고도 빈티지를 찾는것 같다.
형편껏 취미생활...
먹고 살기 힘든 세상, 즐겁자고 취미생활도 하는걸텐데,
취미 생활하며 경제적 부담되는건 불합리하다.
오디오쟁이들에게 \'바꿈질\'이 일상화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바꿈질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린 말인것 같다.
오디오 바꿈질로 경제적 이익(또는 경제적 부담이 적은) 향유하는 프로 오디오쟁이 외의
저처럼 판매 무경험 일반 취미생활자는 바꿈질은 피해야 한다고 믿어진다.
은행이나 통신사 한번 정하면 20년 이상씩 장기거래하는 편이라,
(통신사 번호이동 한번 한적 없는데, 그래선지 다른 가족의 1/2~1/3로 가격 할인)
바꿈질만 하지 않아도 취미생활 비용 줄일 수 있다.
어린 대학생이나 3~40대 젊은분들이야 좀 과분한 기기도 욕심낼 수 있겠지만,
5~60대 빈티지 수요층은 아마도 자산의 1%나 0.1% 미만 정도로 투입했을 것 같다.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