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해서 찧고 빻는 얘기들이 돌고 돌아서 제 귀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별놈들까지 다 그러는구나, 웃고 말다가,
내가 너무 척을 하는 게 아닌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간 다른 분들이 쓸 앰프를 몇 대 만들었는데,
그 분들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개 지속적인 교류를 합니다.
완전한 소리 없고 완전한 앰프가 없는 까닭이고,
제 능력은 그런 말을 할만한 위치 보다 더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어떤 대단한 무엇을 기대하거나 환상을 품은 사람들과는 인연이 없습니다.
저는 다만 제가 이해하는 한도 안에서 가장 꾸밈없고 가장 정직한 소릴 추구할 뿐입니다.
교류란 것은 주로 오디오와 음악과 소리에 한해서 서로 묻고 답하고 의견을 나누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의 되풀이 정도입니다.
제가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하면-발견이라 함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원래 있었던 것의 되살림,
혹은 약간의 변형 정도란 뜻입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하고 찾아가서 수정하고 의견을 구하고 적용하고 하기도 합니다.
와중에 제가 별 생각없이 고민없이 흘린 말들이나 습관대로 했던 행동들이 부풀려지고
왜곡되어서 뜻하지 않게 저를 쳐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언행을 조심하고 사리는 쪽에 속해있지 않습니다.
제가 없고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 왜곡과 부풀림을 제가 어찌 할 순 없으나.
그것들을 덜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제 불완전한 언행 뿐이고,
제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그 부분 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뭐 십오년 정도만 젊었어도 왜곡과 부풀리는 걸 심심풀이 땅콩처럼 즐기는
혓바닥들을 뽑으러 다녔을지도 모르겠지만...그런 사람들과 그런 일은 언제나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니,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알 정도의 나이는 됐습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과는 언제나 직접적인 인연이 닿지는 않는다는 게 제 운이라면
운일 것입니다.
2박3일간 강원도 정선의 새치펜션이란 곳을 애하고 함께 다녀왔습니다.
거기 주인장께선 몇 년 전에 저하고 오디오와 자작에 관한 통화를 하고 간간히
서로 연락을 해왔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애 수능도 끝났으니 눈 많이 오기 전에 와서 쉬다 가라, 하셔서
놀러간 것입니다.
새치 주인장께선 트랜스를 직접 감아서 만드시고, 앰프도 직접 제작하십니다.
산중생활에서 생기는 여가를 이용하기엔 오디오쟁이로써 그것보다 더 나은 건
또 없을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낮엔 주인장 부부와 우리 못난이 부자, 그렇게 네 사람이서 정선 곳곳을 구경다니고,
밤엔 오디오쟁이 둘이 앉아서 자작앰프의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때그때 적용해가며 달라지는 소리를 확인합니다.
참 아름답고 보람찬 2박3일이었습니다.
펜션은 구비구비하고 드넓은 정선의 어느 산중에,
뒤에 산을 등지고 앞엔 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강너머는 다시 산이 구비치고, 구비치는 산은
양편으로 갈라지며 멀리까지 시야를 엽니다.
그 너머 정남향에서 빛나는 햇살이 펜션을 향해 정면으로 쏟아집니다.
그야말로 자연의 혜택이 집중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알고 선택한 곳이 아니라.
어쩌다 걸려들어 정착하고 살다보니 그런 곳이더라는 주인장의 대답은 그 분의 삶의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주인장께서 제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정선과 강릉의 경계지점쯤 되는 위치,
노추산이란 산중의 골짜기와 골짜기가 흘러 만나는 아우라지에서부터 산의 발부리까지
뻗어내려 있는 돌탑입니다.
사진과 같은 돌탑이 3천개가 넘게 길을 만들고 이미 유적과도 같은 경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느 할머니께서 20여년간 혼자서 쌓아올린 것이라 합니다.
인간의 삶에 대해서, 그 삶이 사는동안 스스로 쌓아올린 경계와 유한함이 충격적으로 파괴되는
느낌을 맛본 순간이었습니다.
버리고, 벗어나고, 버리고, 벗어나고, 버리고, 벗어나고....
어쩌면 그게 가장 올바른 삶의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조금 선명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