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하신 분께서 오리지날인지 국내제작인지 모르겠다고 하셨고
오래된 옛 부품들에만 집착하고 어떤 완제품이나 하나의 제품들엔
오리지날리티라는 걸 전혀 취급하지 않아온 제 입장에선
그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교체작업 중에 모두 칩보드로 이루어진 통의 내부에 유일하게 합판이
하나 있는데, 그게 우퍼를 장착하는 배플이었습니다.
(그 재질이 뒷판의 나사를 고정하는 테두리도 하나 더 있었지만...)
그 합판이 제겐 아무리 봐도 나왕합판-즉, 노가다합판으로 보였습니다.
거기다가 우퍼 장착부의 그릴이 스타킹 같은 재질이었으며,
호치키스로 질서없이 박혀 있어,
그냥 속편하게 국내제작통이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통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고,
소리도 직접 들으러 오신 분들이 계셨는데,
하나같이 오리지날 통이라는 말씀들을 하시는 것입니다.
하부 그릴이 국내제작이 아니며,
칩보드에 칠해진 울퉁불퉁한 햄머톤 스타일의 칠의 재질 또한 국내에서 칠할 수 있는
재질이 아니고,
속에 함께 붙어온 썩은 유리솜의 상태로 미루어,
오리지날이 분명하다는 의견들이셨습니다.
제가 그냥 국내제작통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겠구나 싶게 한 결정적인 단서인
우퍼 배플의 스타킹 그릴은,
그릴이 상했거나 없으니까 그건 쓰던 사람이 새로 대충 박았겠지, 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예측에 반박할만한 근거가 없었고,
특히, 전체적으로 튼튼하기만 하며 예쁘고 보기좋게 마감하지 않았으므로
국내제작통이 아니라는 어떤 분의 말씀은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통의 변화에 따른 소리의 변화입니다.
이 정도 차이구나, 싶었던 애초의 느낌을 자꾸만 뛰어넘는 소리를 며칠간 반복해서
듣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 게 오리지날 통의 가치인가, 싶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한들 확인할 수는 없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저 통을 제게 넘겨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스러워 그간의 사연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에서 글 하나를 더 끄적입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저는 오디오 운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합니다.)
*첨부한 pdf 파일에 나오는 도면과 뒷판의 격자까지 똑 같이 만들어진 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