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속초의 동호인분께서 제가 속초에 갔을 때 빌려주신 CD들입니다.
어느덧 작년 일이 되었네요.
두 분은 말씀하셨습니다.
\"자네, 혹시 그거 아나? 소리가 바로 잡혀갈수록 들을 수 있는 CD가 많아진다는 걸.
갖고 있는 모든 CD를 100으로 잡으면, 대개 그 100의 CD가 다 들을만하게 재생되지 않거든.
어느 건 좋고 어느 건 못들을 소리가 나. 그런데 시스템이 바로 잡히면 못들을 소리가 나던
것도 아주 들을만하게 나게 된다니까.\"
그것은 제게도 당연한 얘기였기 때문에 저는 그렇소맞소(Christmas), 맞장구를 쳤었습니다.
\"우리가 100을 원할만큼 바보는 아니지. 하지만 100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싶지 않아.
자넨 아는가, 우리의 열망을?\"
그리고는 저 CD들을 꺼내오셨지요.
\"어차피 이 놈들이 있어서 100은 못될 거야. 이놈들은 어떻게 해도 좋은 소리를 내주질 않아.
저주가 걸린 CD라고나 할까. 어이 자네, 이 CD들을 바르게 재생해볼 생각 없나?\"
또 그리고는 비장한 얼굴이 되어 당부를 하셨었지요.
\"자네가 만약 저 CD에 걸린 저주를 푼다면 우릴 다시 불러주게. 한달음에 달려가겠네. 거기가
지옥이라 한들 대수겠는가.\" I,m gonna Highway to Hell~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게 숙제를 내주신 그 마음을 고맙게 받긴 했습니다.
(대화체는 제멋대로 각색하였으나, 내용은 같습니다.)
그 동안 저 CD들은 차 트렁크에 계속 실려 있었습니다.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보통 밤 10시전후에 자리에 눕고 누우면 바로 잠듭니다.
그리고 새벽 너댓시 전후에 자동으로 눈이 뜹니다.
새벽, 혹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역시 자동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줄로 엮입니다.
지난 날의 재고정리와 앞날의 예정이 같은 선상에 놓입니다.
저 CD들이 차 트렁크에 실려 있다는 게 오늘 아침에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나가서 꺼내들고 왔습니다.
재고정리는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마음의 재고일수록 더욱...떠오르자마자 즉시...
제 시스템에 저 저주 걸린 CD들을 넣고 들어보았습니다.
제조 레이블이 없고, Masters Classic이란 타이틀 아래엔 네덜란드(Holland),
옆엔 Made in W.Germany가 적혀 있는 이중국적에, 똑같은 표지디자인에 조악한 인쇄상태로 미루어
아마도 방문판매용 저렴한 전집CD류인 것 같은데, 생긴 걸로 보아서 좋은 녹음은 기대되지 않습니다.
못들을 CD는 없겠지만, 녹음이 잘된 놈과 후지게 된 놈은 분명히 있습니다.
3초씩만 들어볼까 하다가, 시간을 좀 더 썼습니다.
음원이 몇단계를 거쳐 저 CD에 담기게 됐을까, 궁금함이 저절로 떠오르는 가공된 소리가 납니다.
그런다한들 못들을 소리는 아닙니다.
아무리 값싸고 후진 CD라도 CD 자체에 밸런스가 파괴된 음원이 담겨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후진 CD는 있어도 몹쓸 CD는 없습니다.
좋은 CD는 아닌 게 분명하지만, 들을만한 소리는 납니다.
저는 제가 듣는 소리의 모든 경로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 경로에 어떤 억지나 무리나 착각이나 잘못된 무엇이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경로가 순리에 맞길 원하고 제가 배우고 알고 이해하는 한, 그렇게 적용합니다.
결과는 소리와 음악으로 바로 나옵니다.
1,2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마 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 점만을 놓고 보면 오디오는 경마보다
더 화끈하고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릇의 모양대로 담겨지는 물처럼,
소리 또한 소리가 지나가는 경로에 자리한 부품이나 회로나 방식대로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소리 하나로 그 소리를 내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만들었거나 사용하는 사람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릇의 모양대로 분명하고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들으실 준비가 되셨다면,
거기서 어떤 CD든 있는 그대로 소리가 난다는 걸 아신다면,
놀러 오십시오,
ㅎㅎ...